늦은 밤, 친한 선배가 우리집에 찾아왔다.
하룻밤을 자고 갈 모양이다.
손님용 에어매트를 사놓기 잘한 것 같다.
겉은 멀쩡하게 웃고 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배의 속이 새카맣게 탄것을 알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결혼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슬픈 현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
행복할 것만 같은 가정들이 죄다 상처와 아픔과 슬픔으로 가득했다.
그것은 보통의 가정 뿐 아니라 하나님에 대해 열심있다는 사역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얼마나 많은 가정이 숨어서 눈물 흘리고 있는지..
그저 한숨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을 것만 같았다.
그들이 스윗홈에서 한숨을 토하고는 쉼을 맞바꾸어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사람의 문제에 있어서
일방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의 입장에서 그 문제를 바라보기에
상황과 상대를 오해하게 된다.
사람이 가진 나름의 틀과 사고(思考)를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렇게 오해한채로 등을 돌리면 너무 슬픈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동전 하나로도 빛나는 태양을 가릴 수 있다.
작은 동전 하나를 꺼내 눈을 가리면
밝게 빛나는 해 조차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틀과 사고방식과 문화로 위장된 많은 모순들이
내가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얼마나 가리는 지 모른다.
우린 하나님께 구했다.
그 동전 하나와도 같은 우리의 고집들을 깨뜨려주세요.
눈물로 엎드렸을 때 가시 같은 상대에 대해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가르쳐주셨다.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 부어지자
함께 사는 것이 두렵다던 선배는
서둘러 가족을 향해 우리집을 나섰다.
결혼을 하고
이제 결혼한 이들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이다.
나는 이것을 바랐다.
내가 청년일 때는 청년을 대할 수 있었듯
가족을 이루고는 가족을 대할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한 아이의 아비가 된다면 또, 그 만큼의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고자 할 때
상대방과 같은 배경을 가진다는 것은 이처럼 중요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결혼한 후 3년까지 죽도록 싸우고
5년이면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7년 부터는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것이 대부분의 경험이라면 우리 가족도 그런 시간을 겪게 될 지 모른다.
선배가 돌아간 후 아내와 손잡고 기도했다.
‘어차피 그 일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면
– 그 경험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지만
짧은 시간에 그 터널을 통과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 환란의 시간을 통해 인내를 얻게 해주세요.’
인내는 바꾸어 말하면 체력과도 같다.
그 영적 체력이 길러졌을 때 하나님의 기쁘신 통로로 우리 가정을 사용해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