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야생화 #4. 지영이와 길영이 from Eastwind on Vimeo.
꼬질꼬질한 운동화 –
때 묻은 파란 잠바
새우잠을 청하는 이 작은 몸집은
냄새나고 더러웠지만
아이임이 분명했습니다
순간 많은 생각이 찾아왔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밀리듯
지하도 밖으로 걸어 나오고 말았습니다
기도할 때마다
그 아이가 마음에 계속 걸렸습니다
“마치 하나님이 고개를 숙이시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 모습이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어요”
결국 하나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하나님,
다음 주에는 그 아이를 꼭 다시 만날게요
다시, 아이를 만났습니다
필요한 것들도
조금씩 가져다 주기 시작했습니다
김밥, 음료수, 빼빼로, 칫솔, 치약..
“너, 이름이 뭐니?”
“….길영이”
아이는 까만 이를 드러내고 웃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왠지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가지고 돌아가는데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막 났어요.”
“처음에 난 진짜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억지로 순종했어요..
하지만 그 때,
하나님의 얼굴이 내 곁에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돈이 한푼도 없던 날
하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길영이가 행복하게 되면
그건 돈 때문이 아니라
네가 진짜 내 사랑을 나눠주고
얘기하고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란다”
지저분한 얼굴을
차마 들지 못하는 친구에게
얼굴을 파묻고 대화합니다
“길영아
하나님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몰라”
어두운 지하도 한 구석
아무도 찾는이 없는
작은 영혼 하나를 붙들고 씨름하는
천국을 꽃 피우는 야생화
우리는 지금
하나님 빛난 얼굴을
가장 가까이서 대면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글 : 이요셉
구성 : 김세준
음악 : 이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