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절,목회자들과
먼 지방으로 엠티를 떠났습니다.
밤 시간이 되어서 교육생들이 잠든 사이
최고참 목회자의 지시 아래
우리는 머물던 숙소를 조용히 벗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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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회자들과 같은 방을 배정받아
그들과 행동을 같이했습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탈출에 성공한 우리는
외곽의 피시방에 자리를 잡아
늦은 새벽까지 당시 유행하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이어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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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라
일부러 게임을 멀리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는 대신
새벽까지 게임에 열중하던
목회자들의 표정을 지켜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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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게임 한 판에
운명이 다한 것처럼 탄식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자책하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환호하는,
평범한 우리와
아무것도 다를 것 없는 모습을
그들에게서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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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존경하던 믿음의 선배나
목회자에게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실망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들의 모습에 실망할 때는
그들의 잘못뿐 아니라
그들을 향한 특별한 기대도 한몫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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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보통의 사람에 비해
그들의 인격이 월등하게 성숙하거나
욕망이나 욕구가 적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들에게도 똑같이 살아갈 걱정이나 염려,
갖고 싶은 욕심이 있으며
유혹에도 똑같이 취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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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로 선교를 갔을 때
현지인들과 족구 놀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담당 목회자가 항상 뒤에 서서
빠지는 공을 받아 주거나
누군가 공을 찰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공을 띄워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저분은 운동 경기에서도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있는
역할을 좋아하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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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뒤에 서던 분이
사람들의 요구로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아이처럼 좋아서 신이 난 그분의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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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욕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욕구가 있고, 가질 수 있음에도
자신에게 손해되는 선택을
감당하거나, 대가 지불을 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가득합니다.
이른 새벽 부엌에서,
북적이는 출근길에도,
아이를 품에 안은 시간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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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희생하는 이들에게는
자존심도 아픔도, 감정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가지고 싶은 열망과 가지지 못하는 아쉬움
기분 좋은 성취감뿐 아니라
실망, 자책, 어려움, 무능력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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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3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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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고특별한사람이어서 #당연한것이아니라 #수고와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