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거나 억울할 때
나는 가만히 있는 편입니다.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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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있을 때가 많습니다.
가만히 있어서 가마니가 된 적도 많았고
한동안 말과 웃음을 잃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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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코 가만히 있는 시간은
신앙적 소신뿐 아니라
성격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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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수화기 너머로
심한 비난과 욕설을
한참 동안 들었습니다.
내가 잘못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누군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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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아내에게 바로 전에 있었던 일을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는데
눈에서는 한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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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표정은 웃고 있고,
힘들거나 아프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수도꼭지처럼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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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 어딘가는 심각하게
다쳐서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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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여전히 나는
가만히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마냥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않고 그때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내 목소리로 내 몸에게
진지하게 위로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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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팠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문제가 영원할 것 같지만
문제는 영원하지 않으니까.
우리 아버지가 영원하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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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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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영혼에게 #괜찮냐는위로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