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국가 기념식에
초대받아 참석했습니다.
주위에 알리지 않았는데
TV 중계를 보고 나를 알아본
지인이 웃으며 연락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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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처럼 차분하고
정중한 복장으로 참석했어야
하는데 혼자 평상복에
카메라 배낭을 옆에 끼고 있어서
한눈에 알아봤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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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특별하게
꾸민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 가지고 있는 넥타이도
하나뿐이라 매번 시상식 사진을
보면 십 년이 넘도록
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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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오래 사용하는 편인데,
결혼 즈음 선물 받은 Keen 샌들은
내게 특별했습니다.
발가락을 덮은 쉴드와
가죽 소재의 질감은 꽤 매력적이었고
거친 땅에서 꽤 안정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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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신뢰하면 끝까지 하는 편이라
이 친구와 온 세계를 함께 다녔습니다.
여러 아프리카와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몽골..
어디든 함께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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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다닌 지 10년이 되었을 때
비전케어와 함께 아프리카를 횡단하던 중
케냐에서 샌들의 양쪽 창이
둘로 쩍하고 쪼개졌습니다.
당장 신을 신발이 없어서
응급조치를 하려고
시장의 구두 닦는 곳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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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루터가 ‘좋은 구두를 만들면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고
말했던가요?
이 문장을 이곳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쪼개진 신발에 접착제를 발라서
붙여줄 것을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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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닦는 곳에서 일하는 청년은
나이론 실을 구해와서는
신발을 한 땀 한 땀 꿰매기 시작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샌들에 집중하는
그 모습이 너무 거룩해 보여서
카메라로 장면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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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살아난 샌들은 다시
한참을 걷고 또 걷다가
올해도 고비사막까지 함께 올랐다가
마지막 날, 소명을 다하고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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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st in the wind 에 전시된
남고비의 홍고린엘스 사진을 보다가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와 함께 한 전우들이 생각났습니다.
작업용 바지, 카메라, 배낭..
그리고 이제는 곁에 없는 샌들이 생각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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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했던 지난 15년, 너무 고마웠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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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4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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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떠나간친구 #소중했던15년 #전우를추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