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절망에 있다가
회복하는데, 스스로의 힘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자주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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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는 아니었습니다.
청년 시절, 주변 사람들과
여러 모색을 함께 했습니다.
그중, 알콜릭이었던 친구와도
함께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크게
경험한 적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정말 기뻤지만
1년도 안되는 사이
더 깊은 절망을 맛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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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을 대하는 인식과 세계관은
보다 부정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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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변합니다.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할 만큼의
속도로, 변화의 주요 동력은
본인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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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화 작가의 신간 ㅈㅅㅋㄹ을
선물 받고, 벼르고 벼르다가
신년을 맞아 읽었습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상처와 사랑을
열쇠로 누군가의 절망을
깨뜨리는 과정이 무척 감격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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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소설 속 인물 중 한 사람인
소유가 가진 절망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습니다.
큰 슬픔으로 인해 몇 년째,
어머니는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시고
아버지는 술에 빠져 딸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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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소유의 겨울에도 빛이 스몄습니다.
영국에 있던 삼촌이 소유의 집에 찾아온 장면에서
나는 반가움에 마음이 마구 떨렸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기를 희망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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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둠 속에 누군가 침투해 들어갔을 때
그 세계는 균열이 생기고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마치 소유에게 삼촌이 찾아온 것처럼.
작가님에게 이 페이지를 사진 찍어 보내며
가장 좋았다고 전했더니,
작가 자신도 이 페이지를 가장 사랑한다며
글을 쓰면서도 울고
교정하면서도 이 페이지에
멈춰 울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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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으면 다 잘 되는 일도 있지만
누군가 그 세계에 균열을 내지 않으면
다가가 손 내밀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는 벽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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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주려 했던 어머니와 청년의
다음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이의 우울증이 심해졌습니다.
며칠 전 비관해서 몸을 던졌고
크게 다쳤다고 합니다.
다친 사진을 보니
내 마음도 멍이 든 것처럼 아팠습니다.
더 좋아질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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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문밖으로 나오지 않던 아이가
1월 1일에 처음 입을 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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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조금 있으면 요셉 삼촌 생일이네?
우리 이런 선물 보내주면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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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 다음에
무슨 말을 덧붙여야 할지 몰라서
대답을 머뭇거렸고 울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어야 했습니다.
방안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아이의
기억에 내가 가는 실 하나를 잇고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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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오늘 오후,
이른 생일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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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더욱 알게 되었습니다.
모금을 진행하는 일은
모금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구나.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함,
함께 기도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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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4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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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쩍도하지않는벽 #균열이만들어지도록
#오하루소설 #ㅈㅅㅋㄹ
#블록체인기부플랫폼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