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는 구체적으로 표현된
종교화를 그리는데 극도로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동료인 베르나르의 그림을 보고
격분하기도 했습니다.
자신도 겟세마네를 표상하는
올리브 동산을 그리려고 두 차례나
시도했지만 스스로 자신의 그림을
없애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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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그리스도의 존재는
단편적이지 않았고 까다로울 만큼
진지했기에 모작을 통해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반 고흐는 그의 그림에
꼭 그리스도를 등장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믿었고, 나는 이 점에서
반 고흐의 그림은 종교화에 가까울 만큼
그의 신앙과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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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내에게
보고 싶은 전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통은 관심 있는 전시가
목적지를 지나는 길 위에 있어도
몇 번을 고민하는 편인데
보고 싶은 전시가
있다는 말은 꽤 적극적인
구애의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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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루주 루오의 회고전이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조루주 루오는 피카소, 마티스와 활동한
20세기 프랑스 화가입니다.
2번의 세계 대전을 경험하고
사회적 약자와 인간의 본질과 고귀함,
그리스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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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루주 루오는 내가 15 년 전 쯤
정신 장애인들과의 협업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선택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영향을 준 작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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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는 그리스도를 사랑했기에
그리스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종교화를 그리는데 극도로 반대했다면
조루주 루오는 자신의 평면적인 회화가
마치 부조로 보일 만큼
그리스도의 얼굴 앞에 온 마음을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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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을 가진
미제레네. 그의 연작 중
46번의 제목입니다.’의인은 향나무처럼
자기를 찍는 도끼에도 향을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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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내에게 보고 싶은 전시가 있다고
말했던 이유는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나는 하지 않았던 질문을 하게 될 것이고
생각하지 못했던 답을 얻게 될 것 같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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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4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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