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말이가 맛없으니까
이건 아빠가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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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이를 먹고 난 후
남은 개수가 홀수라서
아내와 내가 절반을 나눠먹는 것을 보고
소명이가 자기 것을
내게 건네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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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아, 그때는 김말이가
맛없다고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지 않으니까
아빠가 먹어요.라고 말하는 게 좋아.”
옆에서 누나가 소명이의 말을
고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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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을 모르는 소명이에게
다시 설명해 줬다.
“너의 의도는
아빠에게 네가 가진 김말이를
양보한다는 좋은 마음이었지?
그런데 김말이가 맛이 없다고 말하면
음식을 준비한 사람의 마음을
의도치 않게 속상해질 수 있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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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년이 되고
한참 자란 후에 이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어느 날, 선교사로 떠나 있던 선배가
내게 작은 봉투를 내민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봉투를 받기가 미안해서
몇 번을 사양하다가 장난으로
무마하려고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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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이려면.
집에 가져가서 찢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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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엉뚱한 말이었지만
당시는 알지 못했다.
내가 엉뚱한 아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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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밤새 고민했다며.
왜 내 봉투를 찢는다고 말했을까?
내 봉투가 더럽거나 수치스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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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싶은 마음에
급히 그렇지 않은 내 마음을 설명했다.
언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상대에게도
동일한 뜻으로 통용될까?
내게 익숙한 언어는 태어날 때부터
그 뜻을 품은 게 아니다.
사과를 보고 사과라고 말하지만
다른 세계에서는 다른 말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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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전하는 말로는
내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지 못한다.
말에, 마음까지 담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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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4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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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말이 #나눠준소명이의마음 #고마워
#말에마음을담아 #육아를배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