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주일 설교를 부탁받았는데
캐주얼한 차림을 한 내 모습을 보고
부목사님이 당황해하시며
자신의 옷을 급하게 준비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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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교회라
이해를 부탁한다며,
미안해하지 말라는 목사님께
미안해하며 목사님의 정장을
급히 갈아입은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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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대학원에서 면접을 볼 때도
나만 빼고 모두 정장을 입고 있어서
급히 옷을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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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정장을 입을 일도 없거니와
워낙 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중요한 자리에 참석하거나
시상이나 수상하는 곳에서도
매번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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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대수냐.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자신의 옷을 급히 준비하신
부목사님의 긴박한 표정을 보고는
생각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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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르페브르는 ‘공간은 결코
비어 있지 않다. 그것은 언제나 모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내가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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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욱 생각할 일이 많아진다.
그래. 내가 가진 자유로움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내가 가진 날개를 조금 접을 필요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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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5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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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벽장문 #동심 #자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