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약속이나 일정도
잡지 않고 그냥 비워놓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청년 시절에 필사적으로
확보했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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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을 가득 채워 놓고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나를 사용해 달라고
기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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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시간을 가득 채워
촘촘하게 일하는 것을
효율이라 믿는 시대를 살며
나는 바보 같은 믿음을 품었다.
그런데 그런 비효율의 시간에
주님은 나를 특별하고
신비롭게 만나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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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장으로 살아가면서
그 믿음은 가장의 책임에
밀려 나가는 것을 느낀다.
특히 올해는 잠을
줄여야 할 만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5월 한 달 정도는
글을 나누는 것부터 멈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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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프로젝트와 함께
대학원 강의가 매주 이어지고
강의 준비하는 시간까지
더해진 탓에 가쁜 숨을 몰아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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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른 약속들을
잡지 않고 있다.
그러나 거절하지 못하는
약속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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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이 있으신 권사님
한 분과 식사를 하는 날이다.
오래전에 남편과 아들을
안타깝게 잃으신 분이신데
마침 그 아들이 나와 동갑이다.
그래서 나를 보면 아들이 생각나고
눈물을 쏟으시고,
…그리움과 위로를 얻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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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겨우 용기 내서 전화하셨다는 말에
하나도 바쁘지 않다고,
언제든지 편히 연락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잡은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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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빈틈없지 않기를
새벽에 기도했다.
광야에서 만난 나그네에게
잠시 머물 공간을,
고아와 과부
가장 작은 한 사람에게
잠시 머물 시간을 내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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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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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적인시간 #하나님이머무는곳 #구름이머무는동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