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은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오랫동안 내게 이 질문을 물었다.
조금 구체적으로 묻자면,
내가 만나는 사람은 수단인가? 목적인가?
에 대한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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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을 하느라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녔지만
한 달이 넘도록 한 장의 사진을
찍지 못하는 시간이 있었다.
결국 나는 이 답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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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이 질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 시간에 알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거나, 사진을 찍을 때
내가 이 질문을 하게 되면
나는 조금 다른 태도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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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을 물었던 시간이
창희 형을 만났을 때였다.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형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하모니카를 불고
나를 반겨주었다.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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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금까지 전화 통화로 안부를 묻지만
얼굴을 실제로 마주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사실을
10여년이 지난 후에야 실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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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금씩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만 생각했지, 나보다 스무 살은
많은 창희 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사이, 창희 형을 가까이서
챙겨온 사람들이 있다.
세진 형제는 어제도 창희 형이 겨울에
입을 만한 점퍼를 준비했고,
형이 어제 신고 있던
신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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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희 형이 세진 형제에게 전화로 말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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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꼭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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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따뜻한 말이 이렇게 나를
낯 뜨겁게 만드는 말이었다니.
부끄러웠고, 미안했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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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들을
나는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주저할 때가 있다.
내 안에 사랑이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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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5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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