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라
관계가 넓지 않지만
이어진 인연이 오래간다.
여명학교와의 만남도
봉천동 시절부터 이제 20년을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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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졸업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 기도가 인연의 시간만큼 쌓였다.
그래서 기도할 때마다 질문한다.
과연 기도는 어떻게 응답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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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학교가 혐오시설이라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학교 이전에 많은 아픔이 있었다.
오랜 고민과 말 못 할 눈물 끝에
기적처럼 폐교되었던 학교 자리에
여명학교가 시한부로 옮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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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탁구를 치던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넓은 운동장이 생겼다.
아이들이 땀 흘리며 노는 소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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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학교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어쩌면 그 일들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좁은 공간에 함께 해서
생긴 문제일지 모른다며,
명숙 누나는 어른들이 조금 더 마음 썼더라면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선물해 줄 수 있었을 거라 아쉬움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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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움에서
브라더스 키퍼의 김성민 대표를 만났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을 채용할 때
1년 동안은 지각을 하거나
욕설을 해도 무조건 기다리는 것을
회사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자신을 수용해 준 경험이 있어야
다른 이들을 품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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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면 사람들의 표정을
나만 온전히 집중해서 보게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표정에서
그동안의 습관이나 평소의 태도
혹은 그들의 아픔이 전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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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숨소리가 고마웠고 미안했다.
기도는 어떻게 응답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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