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단호해야 했을까?’
부탁을 받을 때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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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어도 문제없는 사람이나
재력가, 위세 등등한 사람들은
거절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하필이면 기관의 막내 간사가
연락을 하면 별의별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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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거절당할 것을 각오한 목소리에 이미
간절함과 떨림이 녹아있다.
그러면 나는 거절하기가 어려워지고
.. 때로는 무리해서라도,
내가 더 적극적으로 먹이를
덥석 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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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끔은
조금 더 냉정해야 했다면서 후회한다.
처음부터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았기에
손익으로 후회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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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유다.
예를 들면, 일이 다 끝난 후
태도나 목소리의 톤이
사무적으로 달라졌을 때다.
그러면 상대는 나를 기능으로만
소비했다는 생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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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용만 당했구나.
다음에는 먹이를 물지 말아야지.
다음은 더 단호해야지.
호구가 되지 말아야 겠다.
다음에는 누구에게든 똑같이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대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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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벌써 이십 년이 넘도록 반복하고 있다.
행동으로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실행하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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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정말 진심으로 대해야 할
보석 같은 사람들이 있고,
아름다운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옥석을 가릴 만큼,
그 차이를 다 분별할 만큼 지혜롭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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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5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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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거절하는법 #보석같은사람
#리스본 #Tram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