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경험한 연약함은
누군가를 이해하는 근거가 된다.
나는 이 생각을 근거로
이십 년이 넘도록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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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아픔을 경험한 시간 속에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준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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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그중에 수용자 자녀가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응원도 중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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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들 스스로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하다고
그들에게 목소리를 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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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말은
보석 같은 말이지만,
상처 입어 고통하는 누군가에게
당신의 상처를 빨리 털고 일어나
누군가의 치유를 위해 힘쓰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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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청소년으로 만났던
수용자 자녀들이 자랐다.
끝나지 않는 악몽과 같다던
그 시절을 잘 견뎌냈다.
취업을 하고, 군대도 다녀오면서
이제 어엿한 언니, 오빠, 형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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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상에 출연하기도 했고
글을 써서 책을 내거나
웹툰과 달력 등 다양한 방법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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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 친구들에게서
기획서.라는 제목으로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다.
문서 안에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여러 가지 기획이
개요,취지, 목적, 목표,
분량, 내용, 일시, 장소, 계획 등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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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획 목록의 끝단마다
모든 제작은, 모든 내용은,
모든 일정은..나와의 조율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는 문구가
빨간색으로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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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 상관없는 문구인데
나는 이 빨간색 텍스트를 보고
마음이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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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런 말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이런저런 것들을
하고 싶었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당신이 바쁘다면 일정을 맞출게요.
당신이 실력이 모자란다면,
당신의 모자란 실력에 우리가 맞출게요.
이제 우리도 이만큼 자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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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멋있게 자랐다.
이 아이들과 몽골에서
같이 말을 타고, 밤 하늘을 만났는데..
해를 보러 밤기차를 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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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뿐 아니라
나도 함께 자란다자란다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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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5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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