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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일기 #72 -Acts0108 [epilogue]

by 이요셉
2015-09-24

한 달간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을 여행했습니다.  
기차는 끝없이 펼쳐진 대륙을 가로 질러 24시간을 내리 달립니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사막’ 이라는 뜻의 타클라마칸 사막 위로  
쉬지 않고 달립니다. 기찻길이 아니면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넓은 사막.
그 사막의 푸석한 웃음은 오히려 나를 여유롭게 합니다.  
바쁜 여정들을 보낸 터라 긴 기차여행이 주는 풍요로움이 있습니다.
기차가 하나도 지겹지 않은 이유는 시간을 포기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3시간도 지겨웠는데 이곳에서의 오랜 기차 여행은
아쉬움까지 남습니다.  
  
기차를 타기 며칠 전 란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길을 재촉하며 걷다가 잠시 멈춘 사이에  
바로 코앞에서 벌어진 사고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신부를 태운 리무진 차가 할아버지를 치었습니다.  
쓰러져 있는 할아버지 뒤로 신부는 서둘러 도망을 갑니다.  
그러면 결혼식장에는 늦지 않게 도착하겠지요.  
인자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표정이 너무나 슬픕니다.  
이 안타까운 상황 속에 누구 하나 뛰어 들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는 교통사고로 다친 이에게 처음 손대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합니다.  
흘러나온 붉은 피는 너무도 뜨거워 보입니다.  
누구도 이 죽음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습니다.  
중국인들에게 환멸을 느꼈지만  
나 또한 생명 앞에 구경꾼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피 흘림에 대해 알리바이를 가진 자는 없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루무치 소학교에서 위구르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우루무치는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의 신장 위구루 자치구의 수도입니다.  
이곳은 중국 땅이지만 한족이 아닌 750만이 넘는 위구르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나라를 말할 때 ‘한(恨) 많은 민족’이라고들 합니다.  
위구르인들이 그렇습니다.  
이 땅에는 천연 자원이 많아서 중국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땅이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위구르인들이 독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자신의 나라를 가지지 못한 恨.  
피지배 민족이라는 恨.  
한족과의 오랜 오해와 반목들.  

소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가난한 위구르인들의 자녀입니다.
아이들의 눈망울들이 어찌나 맑던지요.  
눈과 눈을 대하다가 손을 보았습니다.  
그 손을 찍으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열 살이 채 안 된 아이들의 손이 곱아 터진 팔십의 손이 되어 있습니다.  
조그만 그 거북손들 속에 회색빛 한이 어려 있습니다.  
  
누추한 옷을 입은 아이들은  
사랑 받는 것에도 서툴렀습니다.  
얼마나 맞았는지 팔 벌려 안으려하면  
움찔거리며 몸을 가립니다.  
  
우루무치의 골목에서도 이 恨 많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카메라는 저만치 던져두고 두 팔 벌려 안았습니다.  
이제는 티에런도, 민짜이도, 내 품에서 떨어질 줄 모릅니다.  
내 가슴의 쿵쾅거림이, 내 진심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나는 생명 앞에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아이들을 껴안았습니다.  
죽음 앞에 구경꾼이 되고 싶지 않아서…
손에 잡힐 듯 ‘실제’하는 무언가를 나누어야만
그 서러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이 땅에 있으면서 한 영혼을 구원할 수 있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가 바라고 또 바라는 것은
주님의 기쁨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주님의 풍경을 닮아가는 것이겠지요.
종의 형상으로 내려와 세례요한에게 무릎을 꿇고,
허리에 수건을 동이고 손수 제자들의 더러운 발을 씻어 주며,
베나니 문둥이 시몬의 집에 거하며 함께 웃는  
그런 주님의 풍경 말입니다.

하지만 한 달여의 긴 여정동안 아버지의 큰 사랑을 알면 알수록
나는 한없이 누추한 자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깨달음 때문에 아버지의 은혜의 보좌 앞으로
더욱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 또한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히브리서 4장 16절)

세상과 우리는 종이 한 장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망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
소망을 잃으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에 대한 소망 빼곤 무엇 하나 잘난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모아
아버지는 저희를 이 곳 실크로드로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전쟁보다 귀한 것이 사랑이며
부흥은 이 사랑으로부터 시작됨을 알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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