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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일기 #54

by 이요셉
2015-09-24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는
명색이 한 나라의 수도인데
번듯한 빌딩 하나 없다.
모두들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어를 구사하지만
기반 인프라가 없어서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히 취직할 곳이 없다.
네팔왕국의 성벽과 모양새는
크고 화려한 것에 비해
이곳의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너무나 가난하다.
외국에서 용병으로 돈을 벌어온 이들이
신흥계급으로 부상해 있다.
아직까지 카스트제도라는 계급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는 땅.

하나님께 물었다.
‘저는 도무지 알 지 못하겠습니다.
이 네팔 땅에서 무엇을 보고 말해야 하나요?’
희망이 없다고 하는 이 땅에
예수가 유일한 희망이 되어
이들을 살려야 할 텐데…

‘덕친칼리’라는 지방에는 아직까지 피의 제사가 행하여진다.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닭이나 염소 같은 동물을 죽이는 것이다.
순례 객들은 자신의 몸을 성결케 하기 위해
발을 씻고 제사를 드리지만
제사장들은 이들 한 명 한 명이 돈으로 보이나 보다.
사진 찍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더 내면
동물 잡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기도 한다.
(동물을 많이 잡아서 기뻐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생각해 보면 동물 잡는 그 자체를
혐오스럽거나 야만적으로 몰고 갈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구약시대의 제사는 이보다 더 잔인했을 것이다.
안타까움은 과연 이 피의 대가가 존재하느냐는 것과
누구에게 바쳐지는 제사인가에서 비롯된다.
그 때문에 십자가에서 흘린 예수님의 보혈이
지금 나를 덮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감사한지 모른다.

네팔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계신
탁정희 선교사님은
인도에서 십년간 선교사로 헌신한 후
이 나라에 와서 부모 없는 아이들, 가정환경 때문에 공부 못하는
아이를 보며 가진 전 재산을 팔아 이곳에 학교를 세우셨다.
자신에 대한 것이라면 뭐든지 포기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뭐든지 취하신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온 세월로 선교사님은 골다공증을 앓게 되었다.
갈수록 뼈에서 힘이 빠져나가지만
이 먼 땅에서 주님 주신 소명을 따라 충성하고 있는 것이다.

탁선교사님의 모교회에서 네팔로 단기선교를 왔다.
자신이 이십년 전에 가르쳤던 아이들이
이제 청년이 되어 예수 이름으로 도우러 온 것이다.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으신 분인데
제자들과의 반가운 재회와, 학생들이 난생 처음 운동회를 하며
기뻐 웃는 모습에 당신도 모처럼 아이가 되어 보인다.
아이들과 성경공부를 가르치고 함께 기도하며
자신들을 대신해 죽으신 예수님에 대해 나누었다.

계획된 단기사역을 거의 마치고
모두들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
밤사이에 도둑이 들었다.
청년들에게 결코 적지 않은 돈과
카메라 두 대를 도난당했다.
경찰이 수사하는 동안 함께 모여 기도했다.
이 일을 통해 네팔에 대한 미움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가 계속될수록 하나님은
각자에게 상실감이라는 주제를 부어주셨다.
하나님의 영혼에 대한 상실감.

사실, 도난사고가 난 곳은 사역지와 떨어진 곳이다.
없던 계획 속에 변경한 것인데
그에 대한 여러 부담감이 있었다.
하필이면 오기를 반대했던 두 명에게 도난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품지 못했던 상실자의 마음 한 단면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상실감을 함께 느끼게 된 것이다.
벌어지는 현상적인 무엇으로 판단하지 않고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인 대가다.
물질의 상실감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잃어버린 자의 심정을 알게 되었다. (눅 15장)
잃어버린 한 드라크마를 위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는 여인의 마음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는 목자의 심정,
탕자를 기다리는 아비의 마음
잃은 것에 대한 갈급하고 애통한 마음

이 모든 일을 계획하신 분은 아버지 하나님이시다.
잃어버린 아들을 간절히 기다리시는 우리 아버지.
네팔 뿐 아니라 열방을 향한 아버지의 간절한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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