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결혼, 전 날 밤이다.
언젠가 상상했던 것처럼 가슴이 쿵쾅거리지 않는다.
결혼식이 내일인데, 내일이 그 날인데..
어른들을 만나 옛날 이야기를 하면
모두들 내가 얼마나 개구진 아이였는지 입을 모아 말씀하신다.
뜀박질을 할 때면 가슴보다 얼굴이 한참은 앞으로 나와서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위태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얼굴이며 몸에 패인 상처가 참 많다.
그렇게 개구졌던 아이지만 그에게는 꿈이 없었다.
무엇이 되고 싶은 게 하나 없었다.
어릴적부터 별 고민 없이 자랐는데
고민 하나 있다면 꿈이 없는 게 고민이었다.
도무지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저 빨리 생을 다 살고 싶은 소원이 있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되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그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공부를 했다.
안정적인 직장과 나름의 보람을 꿈꾸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몇 년을 꿈꿨던 계획은
대학 신체검사에서 색약판정으로 일그러졌다.
가졌던 꿈들은 이런식으로 나를 떠나갔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아무 꿈도 없던 내게 다시 꿈이 하나 생겼다.
지금까지도 무엇이 되고 싶다는 것은 하나 없지만
오늘은 자신있게 꿈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내 꿈은 예수님과의 동행이다.
우선은 내 마음의 방향이 주님을 향하는 것이다.
그 꿈을 가지고, 걸었을 때,
때론 정오의 열기만이 가득한 마른 광야를 만났고
때론 시냇물과 풍요로운 숲을 지나곤 했다.
눈 앞의 것들을 보고 느끼고 만졌지만
그 길을 다 지나 돌아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 마음에 가득하곤 했다.
그 분과 함께 거니는 내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 지..
내가 걸어갈 길이요, 내가 품어야 할 진리요, 내 생명되신 예수.
이 사실을 가끔 잊어 버리고 살 때마다
나는 다시 삶의 핍절과 허무와 허기를 만나야만 했다.
무엇도 나를 채울 수 없음을 그때서야 알게 된다.
빨리 생을 다 살고 싶었다는 그 때의 내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달라진 것 하나는,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서둘러 생을 마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 신랑되신 주님을 속히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내일 난 결혼식장에 있을것이다.
그 곳에서 난 신랑으로 서 있을테지만
내 신랑되신 예수님을 만날 신부로 서있을 것이다.
난 기억한다.
혼자서 하나님을 알아가고, 그 분을 경험했던 수많은 시간들.
내 안에 계신 성령님이 알게 하신 그 풍요로움들.
난 기대한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
작은 교회로 시작될 우리 가정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가고, 그 분을 경험하며
우리 안에 계신 성령님의 그 풍요로움을 누리게 되리.
곧 오실 주님을 만날 때는
이제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이, 아내 명경과 함께
맞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