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결혼식을 마치고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시간도 비용도 부담스러운 여행이었지만, 나는 아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보석 하나를 선물하는 것보다
책 한 권이, 그리고 함께 하는 여행이 더 좋은 선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빵 한조각으로 끼니를 때우고, 기차안에서 새우잠을 자며
20Kg의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부지런히 걸어야 하는 여행이었지만,
아내는 한 번도 웃지 않는 때가 없을 정도로 즐거워했다.
나는 작년에 이곳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가지않고 그 마음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며
“주님께 제 시간을 드리오니 주님 뜻대로 사용하세요.
인도하시는 대로 바람처럼 흘러가겠습니다”라고 기도드렸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난 지금, 놀랍게도 아내와 함께 이곳에 서 있다.
나는 사진작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애쓰지 않아도 늘 세상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하지만 아내는 사는 게 벅차 여행 한 번 제대로 간 적이 없었다.
내가 느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바람으로 떠난 여행에서,
아내는 처음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난것이다.
우리는 지치지 않고 새벽부터 밤까지 낯선 거리를 누볐다.
우리는 “신혼여행이지만 이 시간도
저희의 것이 아닌 하나님의 것입니다.
우리를 사용해주세요” 라고 매일 아침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하나님이 하실 일들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그러던 중 우리는 베네치아에서 묵었던 숙소 주인에게
가지고간 책들을 선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함께 말씀을 나누고 기도를 드렸는데,
주님은 우리를 통하여 그를 감동시키셨고 온전히 회복시키셨다.
어느 날은 볕 좋은 카페에 앉아 하나님께 편지를 썼다.
그 편지는 아마도 우리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다시 일상을 보낼 때 받게 될 것이다.
하나님 아빠에께
펜으로 편지 쓰는 건 오랜만이에요.
서로에게 귀한 남편과 아내를 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리고 신혼여행을 통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을 선물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게 신기하고 낯설었는데
어느새 익숙해져버렸네요.
아마 모든 것이 그렇겠지요?
주신 집도, 차도, 옷도, 먹을거리들도.
그러나 저희가 끝까지 감사하며 살게 해주세요.
우리 가정의 주인, 아빠가 되어 주세요.
사랑해요. 다른 무엇보다 사랑해요.
– 노천 카페에서 당신의 자녀들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 안에서 사고하고 판단한다.
이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그 틀이 넓어지기를,
부부라는 이름으로 우리 생각의 틀이 차츰 같은 모양으로 커져가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이 선물해주신 이 신혼여행은
우리가 함께 할 세상을 넓히는 여정의 작은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