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떤 결심이나 다짐 같은 것이 생기면
종이에 써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놓곤 합니다.
그렇게 인생의 방향을 표시해 놓으면
그쪽을 향해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종이에 끄적끄적 적어놓은 결심들이
책상 앞에 여기저기 붙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이렇습니다.
‘말하는 대로 살아가기, 살아가는 대로 말하기’
말하기는 쉬운데, 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아간 것을 말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내가 적어 놓은 결심 때문에
나는 내가 말하는 대로 살아가려고,
살아가는 것과 다르게 말하거나 글을 쓰지는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전 결혼한 지 5년이 되었고,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며
삼십대 후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결혼해서 더욱 사랑하게 된 아내와
사랑해서 태어났고, 내게서 태어난 이유 때문에
운명적으로 사랑하게 된 딸 온유와
아들 소명이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으며,
세계 여러 곳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제가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할지라도
가족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 모든 것은
위선僞善일 뿐입니다.
가장 가까운 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가
어떻게 더 큰 세계를 안을 수 있겠습니까?
정말로 사랑해야 할 사람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제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하지만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정말 사랑을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전 주로 집에서 일을 하는 편이라
아내의 육아를 오랫동안 지켜보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흔히 ‘할 일 없으면 애나 봐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은 어떤 의미에서는 맞습니다.
할 일이 있으면 도저히 애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한 아이의 존재는 무겁거든요.
한동안은 저도 아이들의 북새통속에
마감이 코앞에 닥쳐서야 겨우 일을
처리하곤 했었습니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다른 말로 사랑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은 매일 설레는 일이기도 합니다.
거리를 두고 사랑하는 것이 수월할 뿐이지
진짜 사랑은 중노동重勞動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설레는 중노동이
바로 ‘사랑하기’입니다.
말하는 대로 사랑하려 애썼고,
사랑한대로 적어 내려간, 말 그대로
제 사랑의 기록입니다.
파랑새를 만나러 수많은 낯선 길을 찾아 다녔지만
결국 내게 행복이란 가장 가까운 일상에서 길어내는 샘물과 같았습니다.
퍼올리고 퍼올려도 이 샘은
마르는 법이 없습니다.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성실하게 맑은 샘물,
나는 그 일상 속 아름다움이 깃든
오늘 하루를 살아갑니다.
사랑하려 합니다.
아내 명경과 온유, 소명.
그리고 사람들을 말입니다.
제 평범한 사랑이 여러분에게도
작은 위안으로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