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강남역에서 알코올중독으로 노숙을 하던 진관 형은
재작년 가을 하나님이 우리게 붙여주셨다.
함께 예배드리며 일자리도 구해 일하다가
반 년 전, 다시 어디론 가로 떠나 버렸다.)
진관형의 간헐적인 향수가 찾아왔고
예상대로 그 간격은 더욱 잦아졌다.
진관 형이 보라매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행히 어디가 아파서가 아니라
길에 누워있던 형을 누군가의 신고로 병원에 데려다 놓은 것이다.
우리가 찾아 갔을 때 형은 술에 절어서 병원 바닥에 누워있었다.
병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형을 일으켜 세웠더니
용케 우리를 알아봤다.
“어. 왔네?” 하며 반기는 표정에서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이렇게 마주 얼굴을 대하는 게 반 년만이구나.
자신의 절망적인 모습을 보이기 부끄러웠던지 자꾸만 고개를 떨구었다.
찬바람에 정신도 차리고, 다리에 힘도 실어줄 겸 걸었다.
“하나님이 과연 내게 기회를 주실까?”
진관 형은 세 번을 그렇게 물었다.
이 여정은 힘겨운 영적싸움이었다.
이후 걸음은 거의 진척이 없었고
우리가 숙소로 삼은 찜질방까지의 얼마 되지 않은 거리를
어르고 달래고 때론 협박하며
두 시간 가까이 힘 겨루어야 했다.
도중에 지하철역 하나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 곳이 자기 집인 양 고래 고래 소리쳤다.
“나를 좀 내버려두라고!!”
울부짖는 짐승 같았고,
허세 같았고,
모든 것을 체념해 나온 절망 같았다.
목표했던 찜질방까지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걸었던 것 같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다.
우리 안에 사랑은 없지만 그 사랑을 조금 흉내 낼 뿐이다.
우리 안에 주님이 이 사내를 놓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완강하게 소리치며 저항했었는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게 하고서야
진관형의 얼굴에는 행복이 스미었다.
사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뿐이다.
쉽지 않은, 긴 싸움이 될 것이다.
술에 취한 상태로는 어떤 도움도 힘들다.
그저 이렇게 하루, 친구가 되어 주는 정도가 한계다.
하지만 그가 진정 하나님께로 마음을 향했을 때,
분명 하늘의 열린 문에서 은혜가 쏟아져 내릴 것이다.
병석 형은 특유의 급한 성격으로 몇 번이나 진관형의 멱살을 잡으며
“진관아, 내가 알던 진관이로 돌아와.
하나님은 너에게 기회를 주시니까 그 기회를 잡아!”
병석 형이 하도 들이대서 진관 형은 그 후 자신의 근처에도 못 오게 밀쳐냈다.
이 새벽, 이런 풍경들을 사랑이 아니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베드로후서 말씀처럼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래 참으신 그 사랑을 배우자..
오늘 형은 오랜만에 따뜻한 잠을 자고 있겠지..
추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진관 형의 결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